기다림을 위해 고용된 사람 - 한 길 가는 순례자
나는 한때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뉴욕의 한 건물 경비원으로 근무했었다. 야간 경비를 서면서 엘리베이터를 가동시키는 일도 같이 했다. 그러나 자정쯤이면 엘리베이터 일은 끝났다. 그러고 나면 앉아서 책을 읽거나 졸기도 하고 공부도 했다. 그런 밤 시간이면 지나가다 잠깐 들르거나 일부러 나를 찾아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이하고 별난 사람들도 있었다. 파산한 백만장자, 남미 탐험가, 두 명의 윤락 여성 등등. 꼬박 1년 동안 그 일을 했다. 나는 깨어 있으면서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순찰도 돌고 잡담도 나누곤 했다.
그러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날이 밝곤 했다. 나를 고용한 사람들은 밤을 지키며 아침을 기다린 내게 시간당 몇 달러씩 지불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언가를 하거나 만들어낸 것은 결코 아니다. 별다른 일을 벌인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기다리고 지켰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만일 건물을 애지중지하는 소유주와 건물이 아무 탈이 없이 잘 유지되도록 돌보고 수리하는 건물 기사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또한 매일 같이 아주 유능하게 업무를 담당하는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있다
는 것을 몰랐다면 경비원으로 일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란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운명에 맡기는 체념 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의미와 결말을 준비해놓고 계신다는 확신에서 우리에게 할당된 과업에 매진함을 뜻한다.
소망한다는 것은 꿈꾸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권태나 고통에 대한 보호 장치로서 환상이나 공상의 실타래를 푸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일을 반드시 이행하실 것이라는 든든하고도 기민한 기대감이다.
- 한 길 가는 순례자(유진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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